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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커서 이인성처럼 될래?' - 중부일보
  • 천재화가 이인성
  • 2017.08.05
  • 2,069
▲ 이인성,〈가을 어느날〉, 캔버스에 유채, 96×161.4, 1934, 삼성미술관 리움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과 황토 빛이 감도는 들판이 화면을 양분하듯 강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멀리 곡식이 익어가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온갖 식물은 수확의 계절을 상징하듯 풍요롭다. 가슴을 드러낸 채 무표정한 얼굴로 어딘가를 응시한 여인과 수줍은(?)듯 고개 숙인 소녀의 붉은 빛 피부에서는 뜨거운 여름을 이겨낸 건강미가 묻어난다. 한여름이 얼마나 뜨겁고 강렬했는지를 보여주듯 해바라기는 고개를 떨구고 있다. 평화로움와 고독함,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풍경이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고갱의 타히티 시절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이국적 풍경, 국적도 장소도 불분명한 모호함, 현실에서는 만나기 힘든 자연현상 등 대상과 계절의 불일치에서 오는 초현실적 분위기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화면구성의 이 그림은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이인성의 <가을 어느 날>(1934)이다.

이인성(1912~1950)은 한국 근현대화가 중 유난히 ‘천재 화가’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화가 중 한 사람이다. 1930~40년대 일제강점시기,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를 보면 ‘커서 이인성처럼 될래?’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이인성은 미술계의 스타였다.

< 가을 어느 날>은 이인성이 행복한 가정생활을 이루며 경제적·심리적으로 안정된 시기에 그린 것으로 <경주 산곡에서>(1935)와 더불어 탁월한 예술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대표작이다. 수채화와 다른 유화만의 질감과 깊이감, 현실과 초현실의 모호한 경계 등의 조형적 특징 속에 ‘향토적인 소재와 색채’, ‘조선향토색’의 전형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걸작이다.

25세에 청년화가로 ‘조선미술전람회’ 추천작가가 되고, 28세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는 등 젊은 나이에 최고의 대우를 받는 자리까지 올랐던 이인성.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관전에 입상하기 위한 양식만을 추구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특별한 배경도 없이 척박한 미술계에서 오직 실력으로 당대를 대표하는 화가로 성장한 이력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행복의 원천이었던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그의 허망한 죽음(사소한 시비 끝에 경찰이 쏜 오발탄으로 사망함)이 비껴갔다면, 우리는 이인성의 천재적 재능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회화란 사진적이지 않으며 화가의 미의식을 재현시킨 또 다른 세계”라는 그의 지론처럼 <가을 어느 날>은 한 천재 화가의 미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그림으로 부족함이 없다.

 

 

 

 

종필 장욱진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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