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성의 초기작품 연구


         이인범(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연구원)  

         ... 이인성이든 그 누구든 우리의 근대기 미술을 서구 미술양식이나 '제전적 화격'의 조회 장소로나
         삼는다든가, 양식 혹은 이데올로기의 어느 한편에 서서 편중되게 바라보는 식은 그다지 총체적인 그림
         보기 방식은 아니다. 그가 단지 빼어난 천재성을 지녔다거나 서구 일본의 미술양식을 재주있게
         이 땅에서 이식하고 당대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종사했다는 거친 판단에 앞서, 다행스럽게도 그의
         작품들에서 우리는 바뀐 세계와 민족적 현실의 인식이나 그러한 삶 체험의 조형적 표현 영역을 넓히고
         자기화시키는 일에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구 근대의 조형체험의 체득을 통해 자신과 민족의 현실을 다시 바라보고 그것을 우리의 감성에
         걸맞는 형식으로 표현하는 데 관심이 모아졌던 이인성의 초기 작품세계는 바로 우리 근대 화단의
         초미의 관심사들과 깊게 연관되어있다. 바뀌어져 가는 세계와 민족적 현실에 대한 그의 통찰력과
         함께, 민족운동과 프롤레타리아 운동, 서구 조형체험을 통한 새로운 미술문화의 모색, 전통문화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체성 지속을 위한 각종 열망들이 어우러진 당시의 소위 민족미술 논의들
         속에 내연했던 갈등과 이율배반이 그의 작품 속에서 적지 않게 조형적으로 해소 실현되고 있다...